어떤 제품이 시장에서 팔리는 과정은 마케팅과 세일즈를 맡은 사람의 능력에 따라 달라집니다. 따라서 제품이 좋다고 무조건 잘 팔릴 것이라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개발 단계를 건실하게 수행해 아이디어가 든든하고 제품이 좋다면 잘 팔릴 가능성도 훨씬 높아집니다. 이 부분만큼은 개발자가 제어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개발 초기, 개발자는 대체적으로 유연합니다. 아직까지 많은 시간과 자금 투입 전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개발 후기라면 비판을 수용하기 쉽지 않습니다. 제품이 자식처럼 느껴지고 그동안 쏟은 노력과 시간이 떠오르는 탓입이다.
한국에서 온 창업자 한 분이 완성한 제품 샘플을 갖고 미국 판매처 문의를 해온 적이 있습니다. (그분의 이야기를 직접 언급할수는 없으므로 비슷한 상황을 가정으로 설정하겠습니다) 새 기술이 접목된 컴퓨터용 마우스인데, 그 기술은 직접 개발한 것이랍니다. 가격이 고가에 속한 이유를 물으니 자체 개발한 것이어서 그렇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기존 제품들과 비교할때 눈에 띄는 특별한 다른 기능은 없었습니다. 품질은 유명 브랜드 정도는 되어 보였고 기존 유명 브랜드 마우스 제조사와 비슷한 기술력과 비슷한 제품이었습니다. 제품에 대한 문제점은 없었으나 이 제품을 어떻게 기존 유명브랜드와 비슷한 가격으로 팔 수 있냐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자체 개발을 위해 투자한 자금과 노력 탓에 중저가로 팔 수 없다지만 브랜드 가치와 판로가 없으니 결국은 비싼 가격에도 팔 수 없는 제품인 것입니다. 필자의 눈에는 그 제품이 그동안 투자한 시간과 노력, 자금 때문에 포기할 수도 버릴 수도 없는 애물단지로 보였습니다. 불행하게도 바이어는 이런 제품을 자체 개발했는지 안했는지는 따지지 않습니다. 대신 그 제품의 상품성이 있냐 없냐 그러니까 팔릴만한 제품인지 아닌지를 봅니다. 자신의 기술만 믿고 경쟁사가 즐비한 곳에 물건을 내놓기에는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입니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프로젝트를 마지막까지 끌어 왔지만 결국 미국에선 판매처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개발 초기 시장 리서치만 심도 깊게 했더라도 이런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수많은 창업자가 비슷한 상황에 당면 했을때 이렇게 마지막 단계까지 끌어온 프로젝트를 포기하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창업자 자신이 스스로 수행할 수 있는 초기 개발 3단계(아이디어 일반화→리서치(상세리서치, 시각화, 분석)→스케치/콜라주)는 매우 중요합니다.
이런 리서치 단계가 끝나고 아이디어가 성공할 수 있다는 분석과 확신이 생기면 자금을 모으고 전략을 세워 나머지 개발 단계를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준비해야 합니다. 개발은 혼자 할 수도 있지만 파트너와 협력자를 곁에 두는 게 훨씬 순조롭다는 건 말할 나위 없습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 창업자에게 필요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소통입니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다른 사람과 나누고 다른 이들의 생각과 피드백을 수용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넓히며 큰 세상의 생각을 읽는 과정 말입니다. 소통을 잘 하는 개발자는 성공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약 하나의 프로젝트를 실패했더라도 이미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 소통한 만큼, 이어지는 다른 프로젝트에서는 강한 저력으로 큰 추진력을 갖게 될 것입니다.
리서치의 과정은 나 자신과 나의 아이디어를 세상과 소통시키는 매우 중요한 첫 발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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